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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인사이트

[오영수의 ‘보험 인사이트’] 보험 패러다임의 전환과 보험규제의 혁신

50대인 나한결 씨는 요즘 출퇴근할 때에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고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회사에서 몇 정거장 전에 내려 나머지 거리를 걷는다. 그가 이렇게 하는 데는 무엇보다도 운동 부족으로 체중이 늘면서 부담을 느꼈는데,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고 걷기 목표를 달성하면 보험회사가 보험료를 할인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나씨는 주말에 골프를 치러 교외에 갈 때도 과속을 하지 않고 교통법규를 잘 지키며 운전한다. 자신의 운전행태를 반영하여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자동차보험에 가입했기 때문에 어느덧 운전습관이 좋아진 것이다.

이렇듯 보험은 사고 발생 후 그에 따른 손해를 보상해주던 역할에서 사전에 사고를 예방하는 쪽으로 전환하고 있다. 예방에 중심을 둔 보험의 운영은 생명 및 건강보험이나 자동차보험에 국한되지 않는다. 현재 보험회사들은 화재보험이나 주택보험 등 다양한 종목에서 예방 중심으로 보험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민영보험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민건강보험도 운동을 권장하거나 주기적으로 건강검진을 하게 하여 질병을 예방하거나 조기 발견을 통해 보험급여 지출을 줄이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후 보상하는 것에 비해 예방하는 것이 비용도 적게 들고 가입자의 효용도 크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렇게 예방 중심으로 보험을 운영할 수 있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4차 산업혁명으로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웨어러블 기기 또는 사물 인터넷 등은 실시간으로 피보험자의 활동이나 보험목적물의 상태를 반영한 데이터를 생산해내고 보험회사는 이를 근거로 요율을 산출한다. 과거보다 개별 데이터를 더 잘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맞춤형 보험으로 상품이 진화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리스크를 세분화하여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되면서 보험상품도 세분화하고 있다. 결국 보험 패러다임의 전환은 데이터의 생성 및 수집과 이용방법의 차이에 있다.

보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노력은 소위 인슈어테크라는 스타트업 또는 벤처기업이 주도하였다. 이들은 기존 보험회사가 탄탄히 자리잡고 있는 보험시장에서 틈새라도 내기 위해서 4차 산업혁명의 성과를 이용해 이러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렇다 보니 전통적인 보험기법보다는 자신들이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요구하는 논리나 기법을 더 중시한다. 심지어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통해 얻은 설명할 수 없는 결과를 이용하려고까지 한다. 이에 반해 엄격한 규제를 받으며 운영해온 전통적 보험회사는 이들의 보험 운영이 이해하기 어렵거나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시장의 안정성을 중시하는 규제당국이나 감독당국 역시 인슈어테크의 요구에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실제 미국에서는 2020년 손해보험계리사회(CAS)가 자동차보험과 주택보험의 보험료 계산방법을 규율하는 원칙을 없앴으나 미국소비자연맹(CFA)의 반발과 전미보험감독자협의회(NAIC)의 반대의견으로 2021년 철회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보험회사들이 가격 최적화 알고리즘을 광범위하게 사용하려고 한 것이었으나 소비자단체가 불공정하거나 차별적 가격을 우려하여 반대했고 이에 감독당국이 소비자단체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일단락되었다.

이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신기술의 수용은 기술의 우월성이나 완결성으로만 끝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기술을 둘러싼 많은 이해관계자의 이해와 수용이 필요하다. 따라서 새로운 보험 패러다임이 주도적 역할을 하려면 기존의 보험규제를 바꾸도록 설득할 논리를 갖추어야 하고, 소비자보호와 개인정보보호 등 양보하기 어려운 규제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는 신기술이 보험 패러다임을 전환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하면 그의 확산을 위해 과감히 규제개혁을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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