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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인사이트

[오영수의 ‘보험 인사이트’] 손해사정의 디지털화와 소비자 신뢰

4차 산업혁명의 큰 물결이 빠르게 다가오면서 손해사정의 디지털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손해사정의 디지털화는 손해사정에 화상통화, 드론, 증강현실, 인공지능 등의 디지털 수단을 활용하고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것을 말한다. 손해사정의 디지털화가 진행되면 업무처리 속도가 빨라지고 정확해지며 비용이 낮아지는 한편으로 고객경험을 향상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사고 경험이 없는 운전자가 자동차 사고를 당하면 당황스러워할 수 있다. 다행히 사고가 크지 않아 운전자가 직접 사고를 접수할 수 있을 정도이면 보험회사에 전화하게 되는데, 화상통화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면 운전자를 안심시키면서 화상으로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여 신속하게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또한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휴대전화 등 디지털 기기나 네트워크를 통해 접수할 수 있게 해주면 소비자의 편의성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기술의 적용 이전에 이해 관계자의 참여가 중요하다. 자동차보험이나 실손의료보험은 자동차 정비소나 의료 공급자의 적극적 참여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만약 이들 제3자가 보험회사와 협력관계를 원천적으로 형성하려 하지 않으려 하면 기술 적용 이전에 이들의 참여를 유인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손해사정의 디지털화에도 그늘은 있다. 예를 들어 원격으로 손해사정을 하는 경우 그 허점을 노린 보험사기도 등장할 수 있다. 보험금 청구 시 제출하는 사진이나 영상을 조작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에서는 의료기관이 진단코드나 복잡한 의료비 청구서 등에 숨겨서 사기적 보험금을 청구하다 적발되는 사례가 종종 나온다. 이 때 손해사정에 인공지능을 적용해 보험사기를 쉽게 적발하기도 한다. 보험금 청구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분석하면 일반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데이터 간 관계를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손해사정의 디지털화가 고객경험을 향상시키지만 모든 소비자가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행해진 설문조사를 보면 손해사정에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1/3 이상이 신뢰를 보내는 경우도 있고 17%만 편하게 여긴다는 결과도 있다. 후자의 결과를 낸 설문조사에서 60%는 인공지능으로 손해사정을 한다면 아예 보험회사를 바꾸겠다고 할 정도로 거부감이 크다고 한다. 이는 신속한 손해사정을 기대하는 측에서는 긍정하나 인공지능 시스템의 설명할 수 없는 ‘블랙박스’와 개인정보가 보호되지 않으리라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큰 소비자들은 부정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렇듯 손해사정 기술의 발전은 공급자가 일방적으로 주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수요자인 소비자의 기술 수용 태도가 적절히 반영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보험의 본질을 바꾸지는 않으므로 손해사정의 본질이 바뀌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즉 손해사정과 관련한 기술의 발전은 피보험자에게 일어난 사고의 피해를 적절히 파악하여 손해액 및 보험금을 사정하는 일을 편리하고 신속하며 정확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손해사정은 궁극적으로 진실해야 하고 개인의 정보를 보호해야 하며 공정해야 한다.

일부 보험소비자들은 보험회사의 위탁을 받아 행해지는 손해사정에 대해 기본적으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고 있지 않다. 그렇다고 하여 독립손해사정사를 이용하여 손해사정을 하거나 민원 제기 또는 소송에 나서기도 여의치 않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보험소비자의 만족을 높이기 위해 손해사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데 기술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점차로 보험소비자가 보험회사의 위탁을 받아 이루어지는 손해사정에 대해 신뢰를 높여야 할 것이다.

 

출처: 한국보험신문, 2021.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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