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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인사이트

[오영수의 ‘보험 인사이트’] 보험 생태계의 진화

세계 각국은 지구 생태계의 위기에 직면하여 최근 탈탄소 정책, ESG 경영 등 다양한 대응책을 내놓으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 이는 인류가 지구상에 등장한 이후 긴 기간 중 지난 20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지구 자원의 이용을 급격히 늘리고 남용하여 지구 생태계를 위협하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렇듯 긴 시간 동안 균형을 유지해왔어도 생존의 기반을 위협할 만한 생태계 파괴는 순식간에 이루어질 수 있다.

‘생태계’라는 용어는 영국의 식물학자이자 생태학자인 A. G. 탠슬리가 1935년에 제창한 용어이다. 본래는 원자에서 우주에 이르는 물리적 시스템의 계층 구조 내에서 생물 군집과 물리적 환경의 통합을 생태학의 기본 단위로 인식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후 많은 분야에서 이 용어를 응용하기 시작하면서 생태계라는 용어는 범용화되었다.

다시 지구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지구의 긴 역사를 돌이켜 보면 다양한 생명체가 나타났다 소멸하였고, 인류처럼 미약한 존재로 등장하여 전 지구를 장악하기도 하였다. 생태계는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그 안에서 환경 변화에 적응하며 다양한 종들이 끊임없이 경쟁하고 있다. 결국 생태계는 적응과 진화를 거듭하며 새로운 환경에서 생존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각축의 장이라고 볼 수 있다. 지구 생태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보다는 작은 규모의 생태계들이 서로 최적의 상태를 추구하며 경쟁하고 있는 것도 보인다. 이처럼 건강한 생태계는 정체되어 있지 않고 역동적인 과정에서 생겨난다. 이러한 인식을 하는 생태학적 접근법은 산업의 복잡한 적응 시스템을 분석하기에도 적합할 수 있다. 따라서 생태학적 접근법을 보험산업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보험산업의 최근 생태계를 보면 마치 다양한 외래종이 침입한 듯한 느낌을 받는다. 외국계 보험회사가 진입한 지는 오래되었고, 그 뒤로 다양한 금융회사가 보험 판매채널로 등장한 데 이어 보험회사를 직접 소유하고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또한 보험산업에 인슈어테크 기업이 뛰어들고 최근에는 빅테크도 진입하였다. 이러한 종간 경쟁은 보험 생태계를 더욱 강하고 건전하게 유지할 수 있게 할 잠재력이 될 수 있다.

생태계의 다른 주역인 수요자도 큰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우선 수요자의 총 규모가 줄어들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소위 ‘MZ세대’가 핵심층으로 성장하고 있다. 단지 수요층의 양적 변화에 그치지 않고 보험을 거래하고 소비하는 방식의 질적 변화까지 생기고 있다. 또한 보험을 이해하는 수준도 높아졌다. 이에 따라 보험상품과 판매채널이 진화하고 있다.

이렇게 보험 공급자와 수요자가 진화하는 한편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 역시 변화하고 있다. 우선 산업발전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할 학자들이 양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보험학에 대한 선호가 성장 가능성이 큰 신흥 산업 관련 학문에 비해 낮아지는 것이다. 신규로 취업하는 학생들 또한 보험회사보다 신흥 성장산업에 속하는 기업을 선호하고 있다. 보험 생태계의 한 측면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보험산업이 이러한 변화 속에서 지속가능한 생태계로서 거듭나려면 적절한 경쟁이 유지되는 한편으로 부족한 영역을 함께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재는 줄어드는 시장을 두고 경쟁은 과도하나 시장을 넓히기 위한 공동의 노력은 부족하다. 따라서 제 살 깎아 먹기식 경쟁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여 선점하려고 경쟁해야 한다. 또한 보험산업의 인프라에 해당하는 영역을 보강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기울여질 때 보험 생태계는 건강해질 것이며 다른 생태계에 대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한국보험신문, [오영수의 ‘보험 인사이트’]보험 생태계의 진화, 2022.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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